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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준비중인 사람한테도 온다.

Date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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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준비된 사람한테 온다는 말을 귀에 못 박히듯 들어왔다. 모든 어른들이 늘 ‘기회는 준비된 사람한테 오니까 부지런히 준비해라' 라는 말을 하셨고, 심지어 학교에 방문하는 연사들도 약속이라도 한 것마냥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도대체 뭘 준비하라는 거야?” 밑도 끝도 없이 잘 준비해. 라는 말들이 항상 와닿지가 않았다. 그런데 오늘 그 말을 조금이나마 깨닫는 경험을 했다. 지난 달에 참석했던 AWS re:MARS 학회 세션 중에 AWS Federated Learning 팀이 있었는데 그 중 발표자 한 분에게 세션이 끝나자마자 메일을 보냈었다.
Amazon re:MARS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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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학회였는지는 이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한 통의 메일이 불러온 결과

메일 내용은 대충 “Federated Learning 쪽 공부했었는데 너네가 설명해준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는거야?” 였다. 메일을 보내고 2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답장이 왔다.
미팅하자! 시간 언제가 좋아?
이렇게 갑자기 미팅부터 하자고 말할 줄 몰랐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 그게 이번주는 내가 휴가라서 일단 이때부터 될 것 같아' 라고 답변을 했다. 그럼 그냥 내 질문에 대한 답을 메일로 회신할 줄 알았는데,
— 그럼 나는 이때가 좋으니까 이때 다시 연락할게! 미팅하자!
그래서 우리는 한국시간 7월 29일 금요일 오전 8시(미국 시간 7월 28일 오후 6시)에 미팅을 하기로 약속했다.

2. 준비 요청이 온 미팅

나는 오프라인, 온라인, 유선 가리지 않고 미팅 한 번 하자는 요청이 오면 항상 그 전까지 내가 무엇을 준비해두는게 좋을지 물어본다. 하지만 무엇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는 답을 받은 적은 없다. 다들 ‘그저 편하게 한 번 만나자는거에요’ 라고 회신을 준다.
하지만 나에게 미팅하자고 한 Jo는 달랐다.
유즈케이스랑 너의 모델에 대해서 설명해줘

3. 대망의 미팅날

그렇게 나름 열심히? 준비하다보니 대망의 미팅날이 되었다. 6시 30분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시원한 커피로 아직 자고 있는 내 정신을 깨웠다. 8시에는 말도 잘 안들리고 말도 잘 안나오는데, Federated Learning에 대해서 영어로 듣고 말해야했다.
그렇게 시작된 미팅은 40분 정도 진행됐다. 나의 유즈케이스와 내 모델에 대한 설명을 10분 정도 듣고나서 Jo는 나에게 필요해 보이는 모델들을 설명하면서 파일을 줬다. 심지어 내가 어렵게 짰다고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코드도 줬다. 그렇게 긴 40분의 미팅이 끝나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눴고 화면을 종료했다.
+) 추가로 나중에 같이 논문 코워크하면 좋겠다며 내 모델이 완성되면 자기와 다시 미팅하면서 멋진 논문을 만들어가자는 이야기도 했다….그저 빛인가요..그 순간 Jo가 너무 눈부셨다. 갑자기 아마존 가고 싶어진 1인 여깄습니다.

4. 갑자기 찾아온 기회에 대한 느낀점

학회에 가서 알게된 인연이 이렇게 연결된 건 처음이다. 여러 학회들을 가봤지만 질문을 한 상대에게 이렇게까지 친절하고 깊게 답을 해주고 링크드인까지 연결되는 경험은 처음이라서 굉장히 신선했다…그것도 발표자가…! 물론 학술대회에 가면 종종 학생들끼리는 서로 많이 나누지만 박사→교수→아마존 테크트리를 타고 계신 분(Jo)이 이렇게까지 자비를 베푸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 이렇게 찾아온 엄청난 기회에 대해 느낀점을 간략하게 남기고자 한다.
1-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1)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기회는 준비중인 사람에게도 온다. 이때 절반은 내가 준비 중인걸 알고 나중에 연락하라고 하겠지만, Jo처럼 또다른 절반은 ‘그 준비가 재밌어보인다, 나도 그런 준비를 했었어, 같이 해봐도 참 재미난 연구가 될 것 같아’ 라고 생각 이상으로 호응해준다.
2) 완전히 맞는 말이다. 기회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필요하다. 내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다면 아예 주어지지도 않았을 기회였다.
2- 영어공부가 절실하다.
1) 위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나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다. 물론 나름 높은 토플점수를 3개월 독학으로 받은 경험이 있어서 잘한다고 생각했다. 착각이고 오만이었다. 외국어는 안쓰면 까먹는데 코시국 내내 영어공부를 손놓고 있었다.
2) 처음으로 “영어가 안되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매우 속상한" 경험을 했다. 여행을 다니거나 학회를 가도 영어가 안되서 원하는 바를 못 얻었던 경험은 없는데 무엇이 문제였는지 돌아보니 화상미팅이었다. 일전의 경험들은 전부 대면하는 상황이었기에 나의 제스쳐와 표정을 통해 상대가 예상할 수 있던 바가 있었고, 나 역시 상대에 대한 파악이 빨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면 공유를 한 상태에서 작은 창으로 서로를 보며 대화를 나누다보니 온전히 말에만 집중될 수 밖에 없었고 나의 부족한 영어 실력이 적나라게 드러났다. 물론 Jo는 자기도 미국사람이 아니었던 때가 있어서 이해한다고 최대한 나를 배려해줬지만, 다음 미팅에서는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미팅이 끝나자마자 영어회화 공부하는 사이트를 먼저 결제했다. 영어를 잘한다 못한다의 기준도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정한 수준급 영어실력은 “외국 거주 경험이 없지만 4년 이상 유학한 유학생 만큼 영어를 구사한다"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내가 정한 기준만큼 잘하기 위해 노력을 할 계획이다.
3- 개발 실력을 더 연단해야겠다.
1) 나는 내가 개발을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고 이는 내가 겸손을 떠는 것이 아니고 그냥 100% 맞는 말이다. 나는 개발실력이 현저히 부족해서 키워나가야 될 부분이 많다. 클린코드를 짜는 그 날까지 매일을 부지런히 연단해야 된다. 오늘 하찮은 내 모델을 보여주면서 부끄러움이 끝을 달렸다. 화상미팅이라 나의 화끈거림이 전달되지 않은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2) 개발실력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 실력을 가장 정확히 알고, 내가 원하는 개발 실력에 대한 지향점도 명확히 안다. 그럼 내가 그린 지향점을 도달하기 까지의 과정만 잘 밟아간다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실력에 도달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4- 다행이라고 생각된 점.
1) Jo 역시 아시안 유학생 신분이던 때가 있었다. 물론 그건 벌써 20년 전 일이라 그녀에게는 까마득한 옛날이고 그녀는 지금 미국 사람이다. 그럼에도 Jo는 나의 부족한 영어를 이해해줬고 대화 도중 영어를 가끔 고쳐줬다(엄청 고마웠다 흑흑) 같은 아시안이라서 더 동질감을 느끼고, Jo가 이 기회를 잡으려는 나에게 더 많은 배려를 해준게 느껴졌다.
2) 미팅하자!라고 3번이나 Jo가 메일을 보낼 때 내가 끝까지 확답을 안줬다. 내 짧은 지식과 영어로 미팅을 한다는게 너무 민망했다. 하지만 Jo의 적극적인 모습 덕분에 나는 좋은 기회를 얻었고 Jo를 만날 수 있었다. 나도 앞으로 Jo의 태도를 배워서 더 적극적인 자세로 모든 일에 임해야겠다 다짐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나의 모델 업데이트를 Jo에게 주기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그녀가 내 논문의 저자에 들어가는 그 날까지!
3) 학회에 가서 참석하고 돌아가는 참석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려고 노력했던 내 모습이 정말 다행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때만 해도 내가 ‘너무 나대나? 잘 모르면서 너무 이것저것 물어보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생각해보면 잘 나댔다. 앞으로는 더 나대도 될 것 같다.
5- 링크드인 관리를 잘하자.
Jo가 미팅 시작하고 30분 정도 후에 나에게 ‘우리 링크드인 친구하자!’ 한 순간 먼저 든 생각은 ‘아 영어로도 해둘껄' & ‘좀 더 예쁘게 정리해둘껄’
조만간 Jo와 다시 미팅할 날을 기대하며 주말마다 링크드인 관리를 해야겠다. 아마 다시 메일을 할 때면 Jo는 나와의 미팅은 기억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가물가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링크드인 관리를 더 잘하면서 내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링크드인을 통해서 보여줘야겠다.
매우 오랜만에 갔던 학회가 너무 좋았어서 후기를 남겼었는데 이렇게 아마존에서 머신러닝하는 Jo와 연결될꺼라고 상상도 못했다. 심지어 짧은 미팅이었지만 미팅시간 내내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Jo의 자세와 노력한다 해도 진짜 노력했다고 말할 수 없는 나의 지난날의 모습이 비교되보였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그녀가 내 논문의 author에 들어가는 그 날까지 화이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