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엊그제 ‘2023년이 순식간에 저물었다’고 말한 것 같은데 벌써 2024년 12월이 되었다. 2024년도 변함없이 사랑하는 용호씨와 인생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들 뿐이었다. 삶은 찰나의 특별함이 주는 설레임 보다 지속되는 평범함이 주는 안온함이 더 귀하다는 사실을 결혼 이후 참 많이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일상을 나누는 단짝친구 용호씨가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
2024년도 회고는 크게 두 갈래로 박사과정 4년차 회고와 AI Robotics KR 커뮤니티 리더 회고로 작성할 계획이다. 회고의 양식은 2023년도와 동일하게 아래 4L 방식을 따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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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d :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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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ked : 아쉬웠던 점,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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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ed : 배운 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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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ed for : 앞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박사과정 4년차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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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메이트를 찾았다. 다시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연구 지도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무엇보다 나보다 능력이 뛰어나면서 동시에 연구과정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메이트가 필요했다. 랩실을 졸업한 선배들 중 연구분야가 가장 유사한 분에게 오랜만에 메일을 드렸는데. 연구내용을 검토하고 요청을 흔쾌히 받아주셨다. 조지아주의 한 대학에서 조교수로 계시는데 언제한번 뵈러 가야겠다. 문제는 선배가 외국인인 관계로 연구미팅을 영어로 해야되는 건데 ‘언제나 그랬듯이 어떻게든 해내겠지’ 라는 마인드로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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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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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주제 잡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을 썼다. 원래 다들 이렇게 시간이 오래걸리나? 싶을 정도로 연구 주제 잡는 게 너무 힘들었다. 물론 박사과정을 다시 시작 할 때 크게 정한 연구 범주가 있어서 교수님께 해당 부분을 피칭했지만. 그 안에서 세부 디테일을 잡아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아무래도 내 연구가 과제를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현재 랩실에서 혼자 하고 있기도 해서 시간이 배로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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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정말 잘하고 싶다. 연구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이 영어라는 것을 또 깨달았다. 모국어 만큼은 아니어도 원하는 바를 90%라도 전달하고 싶은데 속시원하게 말했다는 느낌이 안든다.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닌데도 답답한 마음이 자주 든다. 시차도 무시할 수가 없는게 한국말 하기도 힘든 늦은 밤이나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영어로 미팅하려니 말이 더 안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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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와 병행하기 어려웠다. 이건 100% 나의 오판이었다. 커뮤니티 리더를 하면서 연구를 정말 잘 해낼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다. 두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쉬이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삶을 살다보면 두마리 토끼를 잡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시간과 노고가 분명 존재할 테고. 그런 분들은 우주급 인재라 세상에 많지가 않다. 우주급 인재라서 외부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고 따라서 우리가 많다고 착각할 뿐이다. 그러니까 평범한 나는 무수히 많은 시간을 하나에만 절실하게 투자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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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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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관리 하는 법을 배웠다. 매번 일주일 단위 계획을 세우고 매일의 계획을 세우며 기계적으로 살았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순간부터 이를 놓치고 있었다. 올해 4월부터 노션으로 계획을 세우고 매일을 회고하는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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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똑똑하게 연구하는 법에 대한 고민을 매일 기록했다. 그동안 어떻게하면 내 연구가 좋은 학회에 게재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은 하지만, 이를 위한 연구 방법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내가 어떻게 하면 더 똑똑하게 연구할 수 있을지. 연구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매일하고, 이를 주변에 유능한 분들에게 물어보고, 다양한 방법들을 적용해보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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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실패를 기록했다. 올해는 연구를 진행할 때 발생하는 모든 실패를 기록하고 실패의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개선해보았다. 내 예상과 다른 결과값을 마주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모든 맥락과 수식과 코드를 기록해두고 어느 부분에서 어떤 착오로 내 예상이 잘못되었는지. 혹은 코드 구현이 잘못되었는지 열심히 찾았다. 퍼즐을 푸는 기분이 들어서 재밌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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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잘 쓰면 굉장히 유용하다. 올해 특히 AI를 사용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들의 상반되는 주장들이 많았지만 누가 뭐라해도 나는 열심히 썼다. AI라는 거대한 먹을거리는 앞으로 계속 커질 전망이고 최소 10년 이상은 AI를 통한 산업 발전이 지속될 것 같다. 누구보다 빠르게 AI를 잘 쓰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ChatGPT o1 promode까지 사용해본 결과, 여전히 부족한 것들이 많지만 이를 사용하는 유저가 똑똑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은 이슈라는 결론을 내렸다. 더 똑똑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질 수록 좋은 결과값이 도출되는 것 같다. 공부를 더 많이 해서 더 양질의 질문들을 던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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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ed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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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이후 UCL로 박사후연구원을 가고 싶다. 나는 결국 무엇을 하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질문 앞에서 여전히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과 ‘연구하는 것’ 둘 중 하나를 택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현재는 연구에 더 마음이 기울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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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잘하고 싶다. 이건 길게 말하지 않아도 모든 박사과정 학생들이 바라는 바이니 설명은 생략한다.
AI Robotics KR 커뮤니티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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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을 좋아하고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해서 값진 경험이었다. 우연히 만난 운영진분들 모두가 로보틱스를 사랑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꿈꾸고 있어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 배움을 나누는 자리를 매달 갖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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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한번은 뵙고 싶던 분들을 커뮤니티 이름으로 만나 뵐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어쩌다 된 커뮤니티 리더 자리에서 내가 쏟은 시간만큼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커뮤니티 행사 때 내가 모시고 싶은 연사님들을 모두 모셔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이룰 수 있었다. 로봇 커뮤니티가 다음세대로 넘어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한걸음에 달려와주신 존경하는 연사님들과. 커뮤니티 행사마다 와주시는 참가자분들을 통해 오늘과 내일의 로보틱스에 대해 배우고 나누는 1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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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었고 나만의 리더쉽을 쌓을 수 있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것처럼 리더쉽 역시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만의 리더쉽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결과가 운영진분들에게 어땠을 지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연말 피드백을 통해 덕분에 즐거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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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장소/연사/후원 등을 정하는 것 외에도 여러 자잘한 일들과 행사이후 비용처리 등 신경 써야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이 모든 요소를 핸들링 하는 위치를 처음 경험해보면서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일을 직접 해볼 수 있어서 1년의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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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데이터로 남겨두었다. 커뮤니티 리더가 돼서 처음 마주한 현실이 남아있는 이전 데이터가 별로 없다는 어려움이었다. 그래서 다음 리더를 위해 모든 것을 데이터로 남겼는데 체계적으로 정리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 DB를 쌓아둬서 개인적으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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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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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사람 대하는 것이 서투를 때가 있었다. 나도 사람이기에 부족하고 서툰 점들이 있는 것처럼 상대도 그러하다. 그렇기에 결이 맞지 않은 경우 대하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리더였기 때문에 계속 부딪혀야했다. 내가 사랑과 포용이 부족한 사람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부족한 리더를 그래도 잘 따라와준 운영진 분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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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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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조직을 대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일보다 사람에게서 온다. 나와 결이 맞든 맞지 않든 혹은 상대가 뛰어나든 아니든 일을 나눠서 해야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혼자하면 10시간이 걸릴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든 조화를 이뤄서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개개인을 대하는 일과 그룹/조직을 대하는 일을 되도록 분리하고 개개인들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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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Learning 분야에 대해서 순수 Robotics를 하신 분들의 생각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주위에 로보틱스보다는 AI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기계공학을 전공해서 하드웨어와 로봇 소프트웨어를 다룬 분들이 몇명 없었는데,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로봇이 AI를 만나 좋은 점과 우려되는 점들을 들을 수 있었고. 우려되는 요소를 내가 어떻게 채워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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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ed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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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알게된 인연을 잘 이어나가고 싶다. 운영진을 비롯하여 1년 간의 커뮤니티 리더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된 인연들을 2025년에도 잘 이어나가고 싶다. 연말 안부 인사를 드려야겠다.
회고를 맺으며
이외에도 2024년에 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매순간이 감사이자 행복이었다. 함께 소소하고 안온하게 살아간 사랑하는 짝꿍 용호씨에게 2024년도 고마웠고, 2025년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네며 회고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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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를 100회 이상 진행했고 12월이 되니 드디어 체질변화가 느껴져서 뿌듯하다. 체력도 많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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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교토에 다녀왔고, 한번 더 가족여행으로 교토에 또 다녀왔다. 양가 부모님들께서 교토를 좋아하시고 음식도 잘 드셔서 뿌듯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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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올랜도에 위치한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꿈과 환상의 시간이었다. 신기했던 점은 아시안 비율이 정말 낮았고 미국 남부이다 보니 백인들이 정말 많았는데. 매우 생소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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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해리그리드 롤러코스터 였는데 해리포터 덕후라서 탈 수 밖에 없었지만. 상상 이상으로 재밌었고 롤러코스터가 막상 타면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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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우주센터에서 로켓과 로버를 보고 왔다.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꿈이 오랜만에 떠올랐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재미있게 연구에 임하자는 다짐을 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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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플로리다만 경험했었는데 9월의 플로리다 너무 뜨거웠다. 처음 겪은 뜨거움이었다. 7월의 라스베가스와는 완전히 다른 더위였고 생존을 위해 3보 이상 물 한컵을 외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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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대자연과 두바이의 인공을 경험했다. 노르웨이의 자연 앞에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구라는 느끼게 되었다. 노르웨이를 보고 와서 그런지 두바이가 기대만큼 멋지지 않았다. 자연은 흘러가게 두는 게 섭리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르웨이는 정말 거인이 살 것 같았고 언제 어디서든 오딘과 토르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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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연구를 하면서 노션에 1년의 기록을 남겼다. 데일리회고와 연구회고를 매일 작성하면서 더 똑똑하게 연구하는 법을 고민했었는데. 한 해를 되돌아보는 지금 시점에서 다시 읽어보니 굉장히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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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렇게 적고보니 노는게 최고다.